용돈 올려주면 참 좋은데 왜 엄마는 용돈을 올려주지 않는 것일까? 돈이 없어서? 원래 인색해서? 자식들을 이해하지 못해서? 모두 아니다. 엄마가 용돈을 올려줘야 할 이유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 괜찮은 사람인데 그녀는 왜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키가 작아서? 돈이 없어서?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서? 모두 틀렸다. 그녀가 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아직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빠, 저도 스마트폰으로 바꿔주시면 안 돼요?” 스마트폰이 한창 유행하기 시작할 무렵 저녁식사 자리에서 대학생 딸아이가 내게 부탁했다. “안 돼!” 나는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딸은 그 이유를 물었다.

“아빠는 이 세상에서 우리 딸을 가장 사랑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하나 바꿔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야. 하지만 너는 아빠가 너에게 스마트폰을 사줘야 하는 이유를 제공하지 않았어. 부탁을 하면서 아무런 이유도 이야기하지 않는데,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스마트폰으로 덜렁 바꿔준다면 우리 딸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빠는 잘 안다. 그러니 정말 스마트폰이 필요하고 갖고 싶다면 아빠가 기꺼이 사주고 싶도록 이유를 먼저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다음 날 새벽, 딸아이는 내게 이메일을 보내왔다. 자그마치 A4용지 다섯 장 분량이었다, ‘스마트폰 소유의 타당한 이유와 그로 인해 생길 긍정적 파급효과’라는 제목에 번호까지 붙여가며 적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들어가기에 앞서-스마트폰이란?
2. 스마트폰 이용 시 걱정될 수 있는 사항들
3. 앞의 우려 사항들의 발생 방지를 위한 대비책
4. 그렇다면 어떤 앱을 다운받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5. 이 글을 마치며

나는 다음 날 바로 스마트폰을 구입해주었다. 그 긴 글의 메일을 통해 바꿔줘도 되겠다는 이유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딸은 글의 맨 마지막에 이런 문장을 덧붙였다. ‘이 세상에서 아빠를 가장 사랑하는 아빠의 딸 ○○ 올림.’ 사실은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제공된 것이다.

하루 1% | 이민규 저

스마트폰을 갖고 싶은 대학생 딸의 설득_하루 1%_이민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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